내가 다시 괌에 가야만 하는 결정적 이유[10.03.31~04.06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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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권화이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0-04-14 19:08 조회6,123회 댓글2건관련링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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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1. 괌 도착
딸이 결혼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같이 다니려고 오랜만에 괌에 갔다.
인터넷에서 익히 보았던 '심 가이사'님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.
딱 보고 '아, 저 분이다.'하고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의 포스?
알찬 여행이 될 것 같은 기대!
헌데 차에 우리 여행 짐들을 실어주며 가이사님이 까칠하게 한마디 하신다.
"이사 오셨어요?"
(이번에는 신발도, 슬리퍼 3개에 정장 샌들 하나밖에 안 갖고 왔는데... 운동화는 신고 왔고.)
#2. 하이야트 838호실
부채꼴 모양의 호텔에서 제일 왼쪽 끝 방.
삼각형 반만큼 더 넓고 조용하다. 역시 방 선택도 굿!
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잠을 깨운다.
호텔 가운을 걸치고 베란다로 나간다.
오른쪽으로 힐튼이 보이고, 정면에는 거침없이 탁 트인 바다에 눈이 부시다.
저쪽도 베란다 곳곳에 사람들이 나와 바다를 보고 있다.
앗, 그런데 다 똑같은 하얀 목욕 가운 차림! (교복이다.)
그래도 '싼타루치아'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아침.
오래오래 그리운 아침 풍경이다.
#3. 신나는 아침 식사
플라워 원피스를 입고 부페 식당 '라 메란다'로 갔다.
얼음을 주문해서 노란 망고 쥬스를 가득 따라 마신다. 여름의 맛이다.
창 넓은 까페에서 눈도 입도 마음도 즐겁다.
다양한 외국인들의 다양한 패션, 핫팬츠에서 정장, 원피스 등.
아이들은 거의 크록스 신발을 신고 소리 내어 아침을 먹고 있다.
(꽃 달린 핑크 크록스, 멍텅구리 크록스, 끈 색을 콤비로 맞춘 크록스...)
야호~ 드디어 시작이다.
#4. 30년 만에 느낀 MT 분위기
<자메이칸 바베큐>
시내 관광 후, 심 가이사님의 안내로 우리는 괌에서 제일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.
인기 있는 식당 특유의 손님들 떠드는 소리, 분주히 돌아다니는 웨이터들. 의자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.
오늘 처음 만났지만 너무 다정한 우리 테이블 사람들.
-친구끼리 온 예쁜 간호사팀은 어제는 민속 쇼, 오늘은 체험 다이빙을 해 보았다며 강추한다. 너무 상냥한 사람들이다.
-최강 동안 부부 팀! (우리와 같은 하이야트 팀이다) 남편은 사업을 하고 부인은 임신 6개월인데, 부인이 미인이어서
인상이 깊었다. 20대 부부인 줄 알았는데, 사실은? 깜놀! 이야기를 너무 재미있게 했다.
우리 테이블은 맥주로 건배!
30여년 만에 느껴 본 MT 분위기!
돼지는 단 맛이 돌 정도로 맛이 있었다. 닭은 갈색 소스가 알맞게 배어 부드럽고 촉촉했다. 거의 반마리 정도 사이즈....
(오죽하면 내 닭에서 칠면조의 향기가 느껴진다.)
그날 나는 술이 좋았다. 사람이 좋았다. 우리들의 웃음소리가 좋았다.
#5. 나른한 휴가
다음 날엔 하이야트에서 선탠을 했다.
오전 2시간 정도 했는데, 한국에서 삼일 정도로 선탠한 색이 나왔다.
선번 없이 예쁘게 탔다.
수영장 선탠 의자에 누워 있다가 맨 발로 해변으로 나가보았다.
모래가 고와서 발이 간지러웠다. 바다 물이 너무 맑고 시원하다.
투명하고 길쭉한 작은 물고기 떼와 함께 놀았다.
(나는 '블루 라군'의 '브룩 쉴즈'다.)
-저녁에는 선셋 크루즈를 했다. 운 좋게 돌고래도 보고 바베큐도 먹었다.
-샌드 캐슬 쇼도 보았다. 주제는 '夢'. 그야말로 몽환적 분위기. 별이 가득한 밤하늘 속의 아름다운 여신들
(그러나 기대했던 백호는 쇼에서 전혀 하는 일 없는 얼굴마담)
-끝나고 무료티켓 받은 걸로 나이트 클럽에 갔다.
입구에서 나이를 검사하는 기도들이 모두 머리를 밀고 있다.
목 뒤에 위(危)라고 푸른 문신이 새겨있다. 괌의 깍두기(?).
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중앙에 직사각의 넓은 홀이 있고 그 주위에 사람들이 빙 둘러 서 있다.
'DJ KOO'같은 남자가 무대 앞에 서서 다가오는 여자들과 같이 춤을 춰 준다. 음악이 영 아니다.
(나는 내 나이가 민망하지만, 그 쪽은 음악이 많이 민망한데...?)
<내가 좋아하는 건 이런 류의 관광이었다. 그런 평화로운 휴식을 즐기는 나에게 심가이사님이 강력한 걸 추천해주셨다.>
#6. "나 해양 스포츠 하는 여자야."
-비키니 아일랜드.
5일째 되는 날. 오전 9시.
몸체에 요란한 광고를 새긴 버스를 타고, 20대 일본인들과 남쪽으로 50분 가량 달려서 간 곳. (앗, 휴대폰이 안 터지는 곳이다.)
해변 가의 방갈로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수영복 갈아입으라더니 바나나 보트를 태운다.
'우와, 나는 그런 거 못 타는데' 할 사이도 없었다.
어느새 구명조끼를 입고 미끄러운 바나나 보트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껌처럼 흉한 모습으로 들러 붙어있는 나를 발견.
바다 바람에 모자는 날아가고, 햇볕에 얼굴은 익어가고. 짠 바닷물에 눈물 콧물이 범벅. 빨갛게 충혈 된 눈.
나는 제트스키를 모는 원주민에게 "oh, no!, stop! help!"을 외쳐대며,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절규하고 있었다.
(아, 늘 우아하게 5데시빌 이상의 목소리는 내지 않고 살고 싶었는데...)
그런 나를 보며 우리 딸이 말했다.
"엄마! 이건 스포츠인데 좀 오버하는 거 같아"
약 20분간 바나나 보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로 가니, 신기하게도 물이 허리 정도 밖에 안 된다.
바다 한 가운데서 바닥을 디디고 서 있다니.
겨우 안정을 찾았는데 갑자기 딸이 내 얼굴을 보더니 기절한다.
"엄마, 얼굴 피부 다 뒤집어졌어. 빨긋빨긋 해. 우와, 눈도 엄청 빨개."
"어~. 너무 쓰라려... 엉...엉..."
그때 아까 바나나보트를 앞에서 몰던 폭주족 원주민이 다가 온다.
'미워할 거야'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손가락에 놓인 걸 보여준다.
"Star sand."
정말 별 모양의 하얀 모래 알 하나.
그 모래를 내 손에 옮겨 주며 씩 웃는다.
그 순간 모든 걸 용서하기로 했다.
다음엔 2인 1조로 제트스키 운전!
우리 딸이 운전을 하고, 나는 딸 뒤에 앉았다.
딸의 등이 그렇게 믿음직해 보이기는 처음이었다.
계속 바닷물이 얼굴을 때린다. 콧물이 줄줄 흘러내린다. 맨 손으로 '흥'하고 코를 풀어 딸의 구명조끼 뒤에 끊임없이 발랐다.
도대체 이런 걸 왜 해야 하나 짜증이 나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. 딸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.
웃음이 멈춰지지 않아서 숨이 다 찼다.
"하하하. 엄마, 엄마! 저거 봐. 어떤 아저씨가 바다 한가운데서, 하하하, 수영을 하고 있어. 대머리 같아."
"으하하. 정말! 와, 저 아저씨 멋있다."
"근데... 엄마, 하하하. 자세히 보니까 부표 띄워놓은 거네. 미안..."
".어? 어.... 으하하. 헉헉~. 그러네." (그 순간, 우리는 덤 앤 더머 모녀.)
제트스키를 모는 딸에게 다시 당부한다.
"얘야. 제발 천천히 가. 달리지 마."
"엄마. 알았다니까. 제트 스키 타고 시속 10킬로로 30분 째 달리는 건 나도 처음이거든."
"어...? 빠른 것 같은데... 미안...."
그날 저녁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당당하게 말했다.
"나, 해양 스포츠 하는 여자야." 라고.
"와, 당신, 대단하네. 다음에는 같이 패러 글라이딩 할까?"
"뜨아~~!"
얼른 전화를 끊어버렸다.
< 나의 첫 해양 스포츠는 당시에는 악몽이었는데,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게 웃음이 난다.
이제 스킨 스쿠버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을 것 같다.>
#7. 괌에 다시 가야하는 이유
괌은 시간의 블랙 홀이다.
알차게 꽉 찬 시간을 보내고 나니, 불과 하루 만에 여행이 끝난 것 같다.
내가 다시 괌에 가야 하는 이유는 이런 모든 것 보다 중요한 단 한 가지의 선택 관광을 못 해보았기 때문이다.
바로 '엉클 심스'의 해물라면 시식 투어를 했어야 했는데...
(지난 밤 숙취에 짱이라는데.... 쩝)
다음 괌에 갈 때는 옵션 첫 번째로 넣어주시길!
#8. 심가이사님께!
샌드 캐슬 쇼 보러 갈 때, 8cm힐을 신고 호텔 비탈길 내려가기가 난감했는데 일부러 데려다 주시고,
또 바쁜 저녁 시간에 우리 딸이 아울렛에 가자고 부탁했는데 들어주시고.
차 안에서 재밌는 에피소드도 들려주시고.
괌의 모든 즐거움을 나누어 주신 '가이사님'께 감사드립니다.
'벗이 5리를 가자하면 10리를 가 주는 마음'은 늘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.
진정한 프로 가이드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여행의 격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.
그 어떤 여행보다 예쁜 추억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.
괌의 공기가 유난히 맑은 것은 '산소 같은 남자'가 있어서일까요? (후후)
다음에는 술 좋아하고, 사람 좋아하는 우리 그이랑 같이 갈게요.
괌 새벽 비행기 뜨는 시간까지 모두 같이 한 번 마셔 봐요. O.K?
못 해본 것, 아쉬운 것은 다음 여행에 대한 기대로 남겨둘게요.
지금 여의도에는 벚꽃이 만발해서 괌 하늘의 뭉게구름 같네요.
늘 건강하세요.
-하이야트 모녀로 부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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